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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5-28 08:12
[분노 사회 진단 6] 분노사회
 글쓴이 : 김종우
조회 : 2,172  

대학원 수업에서, 분노사회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진단이 있었습니다. 이 곳에 하나씩 소개합니다.


분노는 원래 가난한 자의 감정이다
. 짓밟힌 자의 감정이다. 무시당하고 핍박받은 자의 꿈틀거림이다. 을의 분노다. 이런 분노의 목소리는 사회에서 들어줘야 한다.

짓밟히지 않았는데 분노하는 경우도 있다. 분노했을 때 사람들이 설설 기는 것을 본 사람은 분노에 취하여 다음에도 또 사람들이 설설 길 것을 기대하며 분노한다. 우리 모두는 보았다. 보고서를 이 따위로 썼냐며 서류철을 내던졌을 때 당장 저녁까지 더 좋은 보고서가 나오는 것을 보았고, 수업 시작전 한번 소리를 지르거나 한 명을 잡아서 패고 시작하면 수업시간 내내 심지어 한 달동안 아무도 떠들지 않는 것을 보았다. 본 사람은 이해할 것이다. 화를 폭발시켰을 때의 강력한 효과를. 갑의 분노다. 목적을 가진 분노다. 아들러는 분노가 일어나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분노를 일으킨다 했다. 당장 변화가 일어나고 결과물이 달라진다. 가장 효율적인 생산성 제고 수단이다. 그러나 사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변화는 아니다. 상대방의 두려움과 공포심을 자극하여 즉각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군대문화의 잔재다. 이런 분노는 다른 사람의 마음에 억울함과 더 큰 분노를 키우게 되고, 사회적으로는 더 큰 분노가 발생하게 된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그 아래에는 무엇인가 부글부글 끓는 것이 있다. 뭔가 부당하다는 느낌, 뭔가 손해본다는 느낌,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쌓이고, 쌓이고, 쌓여 있다가, 툭 건드리기만 하면 걷잡을 수 없는 짜증으로 폭발해버리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손해보지 않아야 한다는 심리 아래에는, 가만히 있어서는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 세상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세상을 경쟁적으로 보는 것이고, 남들은 다 나를 등쳐먹을 놈으로 보는 것이고, 내가 누르지 않으면 눌릴 것이라는 공포감의 표현이다. 갑의 분노도, 을의 분노도 아니고, 자신이 을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서 나오는 분노다. 한국인의 95%는 본인이 을이라고 생각할 거라는 데 500원을 걸 수 있다. 여기서 분노는 이기심과 동의어가 되며 반대말은 이타심이 된다.

건강한 분노도 있다. 역시 목적이 있는 분노이지만, 분노의 방향과 결과가 선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만드는 분노를 말한다. 박노자는 수직적이고 집단적인 위계질서를 분노사회의 구조적 이유로 지적하며, 그 대안으로 개인을 넘어서는 타자와의 연대를 통해 그런 사회에 저항할 것을 주장한다.

비굴의 시대에 비굴해지기 싫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 타자를 발견하고 나만 생각하게 만드는 악습을 뛰어넘어야 한다. 비굴의 시대는 아동 시기부터 자기와 타자를 가깝게 생각하는 고리를 원천 봉쇄시킨다. 어릴 때부터 타자를 먼 존재로 만드는 것이 자본이다. 우리가 그렇게 키워졌음을 발견하고 타자를 발견하고 타자와 함께 비굴의 시대에 맞서는 길밖에 없다.

 

박노자의 빨간색이 조금 무섭다면, 정지우의 해법을 참고할 만하다. 정지우는 <분노사회>에서 분노의 원인을 집단주의퇴행적 개인주의에서 찾고 있으며, 해법으로 개인의 자유와 책임의식을 되찾을 것을 말했다.

삶에서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자유의 기분, 생성하고 성장한다는 상승감, 넓어지고 여유로워진다는 확장감, 자기실현에서 오는 자부심, 사회와의 온당한 관계에서 오는 만족감,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곁에 있는 이들과 나누는 사랑과 공감이 삶의 성공을 드러내는 단서들이다. 이러한 감각들을 통틀어 힘의 기분이라 말할 수 있다. 그가 가진 의욕, 의지, 열정은 강박이나 집착이 아니라, 실질적인 만족과 여유, 세계에 참여하고 있다는 생생함으로 다가온다. (...)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제대로 실현함으로써, 그러한 실현을 통해 세상의 편견을 바꾸어 나감으로써, 그렇게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세계를 재구축함으로써 완성된다.

다음은 김수영의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의 한 부분이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 옹졸하게 욕을 하고

우리는 얼마나 자주 옹졸하게 분개하는가. 언제까지 옹졸하게 분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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